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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술, 우리 차의 봄 밤 정취

우리 술, 우리 차, 마실 거리가 한식과 함께 국제 무대로 나아갈 방법에 대한 고민

술과 음식이 만들어내는 조합과 궁합은 종종 잊지 못할 경험을 남긴다. 우리 음식에 곁들이면 가장 조합이 좋은 우리 술과 우리 차를 더 이해하기 위해 문화적 배경을 배우고 토의하는 자리를 만들었다. 결국은 국제 시장에서 어떻게 우리 술, 우리 차를 브랜딩 할 수 있을지 그 방향성을 모색하고자 하는 목표였다.

이야기의 시작은 ‘재료’였다. 우리나라 곡물은 음식 재료로 널리 사용될 뿐만 아니라, 술을 빚고 차를 우리는 주재료로 사용되기도 한다. 역사적인 배경 때문에, 각각의 집에서 다양한 술을 빚어 마시는 문화는 잠시 끊어졌지만, 그 명맥을 다시 이어가기 위해서 개개인이 어떻게 발효 문화를 연구하는지 흥미로운 이야기가 오갔다. 여기에 그런 문화를 해외로 널리 알리기 위해서 어떤 기획과 협동이 현실적으로 필요한지 토의하고 공유했다.

명인의 연구와 실험적 과학이 만나고, 파티시에의 아이디어와 셰프의 참신한 응용이 함께했던 시간

한영석 명인은 지금 국내 우리술 시장에서 가장 큰 호응을 얻고 있는 청명주를 만든 장본인이다. 한영석 명인은, 술 빚기에 가장 중요한 누룩을 만드는 작업에서 그 어려움과 특이점을 함께 짚어주며, 양질의 술을 지속적으로 안정적으로 만들고 공급하기 위한 방안을 연구 중이라며 경험담을 나눴다. 우리나라의 다양한 미생물과 식재료를 바탕으로 발효를 연구해온 샘표의 박용학 본부장은, 과학적 접근으로 조금 더 안정적인 누룩을 사용하는 방법의 연구가 가능하다는 의견을 덧붙인다.

이은정 파티시에는 곡류와 누룩의 발효에서 나오는 독특한 풍미의 확장성을 고민해보았다며, 프랑스의 클래식 쌀 디저트 중 하나인 휘오레에 접목시켜볼 수 있겠다는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온지음의 박성배, 조은희 셰프는 한식의 다양한 면모를 연구, 개발해온 경험 속에서 제철 해산물로 진한 육수를 우리고, 봄나물을 가득 담아 끓여냈다. 기가스 정화완 셰프는 당근과 셀러리악 등, 다양한 채소의 변주를 선보이며 안주와 디저트를 선보였다. 술과 입의 곡물 느낌을 단아하게 정리할 수 있도록, 옥인다실 이혜진 대표가 금귤 등을 사용해서 우린 차를 선보였다.

재료에 대한 토의에 ‘미학’에 대한 얘기가 더해졌다.

조형 예술가인 지니서 작가는, 제품화된 한국 문화를 알리기 위해 미학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화두를 제시한다. 이 논의를 시작으로, 각자 시각적 미감에 대한 아이디어가 이어졌다. 어떤 디자인의 병에 담아서 유통하는 게 좋을지, 병 라벨은 어떤 모습이면 좋을지, 그리고 그 술을 담아서 먹는 잔은 어떤 것들이 어울린다고 안내하면 좋을지, 모두가 각자의 경험과 관점을 바탕으로 의견을 덧붙였다. 한양대학교 홍성태 명예교수는 한국술의 특징을 선별해서 글로벌 브랜딩의 기초를 잡아갈 컨텐츠의 중요성을 알린다. 우리술의 국내 유통 판로 뿐만 아니라, 해외 판로까지 다질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제안도 더해졌다.

우리 차를 다양하게 선보이는 옥인다실의 이혜진 대표는, 차회를 진행했던 서촌의 옥인다실, 차와 술, 음식을 아우르는 경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을 기획한 장본인이다. 참가자 모두가 한옥 처마 밑에 앉아서 야외와 실내 정취를 동시에 느낄 수 있도록 준비했다. 대화로 나눈 그 어떤 이야기보다, 그 자체로 ‘미학적인’ 시간을 만들어낸 것이다. 시 한수와 그림 한 폭을 나누는 식음 문화를 만들어간 조선시대 선비들의 이미지를 차용하여, 그 당시 시 구절을 적은 화첩이 각자의 손에 쥐어졌다. 역사의 한 부분이 어떻게 현대 문화의 한 부분이 될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와중에, 우리 차와 함께 맞이한 미학적 순간이었다.

호스트

모더레이터

게스트

- 정성갑 (월간 공예+디자인)
- 박용학 (샘표 우리발효연구중심)
- 홍성태 (한양대)
- 이효진 (카카오커머스)
- 지니서 (설치미술작가)
- 이은정 (파티시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