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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비고 레스토랑을 통한 레슨앤런


현지 소비자의 니즈를 파악하다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다. 비비고도 마찬가지다. 꽃길만 걸었을 것 같은 비비고에게도 파란만장한 시절이 있었다. 비비고가 미국에서 처음 선보인 비빔밥의 형태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오히려 비빔이란 행위가 어색하고 힘들 외국인을 위해, 더욱더 비비기 쉽도록 잘게 다진 그라운드 비프를 사용하는 등 친절함까지 한 그릇 안에 담아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재방문율은 점차 줄어들었다.

계속해서 떨어지는 수치에 비비고는 결국 외국 컨설턴트에 자문을 구했다. 그리고 그제야 이유를 알 수 있게 됐다. 우리가 먹는 소스와 토핑이 넘치는 형태의 파스타는 파스타의 나라라고 할 수 있는 이탈리아에선 찾아볼 수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파스타라는 것은 같지만, 현재 우리가 먹는 파스타는 우리(대한민국)답게 현지화된 음식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자면, 우리는 다른 나라의 음식을 우리의 입맛에 맞춰 변형해서 먹으면서 정작 우리나라의 음식을 타국에 소개할 땐 그 나라의 방식이 아닌 우리의 방식을 강요하고 있었던 것이다. 문제점을 발견한 뒤론 레시피를 현지인의 니즈에 맞춰 새롭게 변형하여 위기를 벗어날 수 있게 됐다.

노희영 대표:

“그때 처음으로 외국 컨설턴트에게 자문을 구해봤어요. 그랬더니 답이 바로 나오더라고요. 현지인의 니즈를 녹여내지 못한 게 문제였어요. 미국인은 소스를 따로 두고 먹는 게 굉장히 익숙한 사람들이에요. 고추장소스까지 한 데 넣어 예쁘게 만든 한국의 비빔밥은 미국의 식문화와 친해지기에 다소 거리가 먼 형태의 음식이었던 거죠.

또, 비벼 먹기 쉽도록 그라운드 비프(분쇄육)를 사용하여 비빔밥을 만들었는데, 미국 사람들은 그라운드 비프에 대해서는 저렴하다는 인식밖에 없다는 거예요. 그러다 보니 비빔밥은 미국인들에게 매력적인 음식으로 보이지 않았던 거였어요.

그렇다고 언제나 현지화 시키는 게 답은 아니에요. 일례로 비비고가 영국에서 선보였던 한식의 형태는 퓨전이었어요. 하지만 미국 사례와는 반대되게 한국의 정통성을 맛볼 수 없다고 하여 비판을 받았던 적도 있어요. 그러니 성공적인 해외 진출을 위해서는 꼭 현지 소비자의 니즈를 세밀하게 파악하는 자세가 필요해요.”

자본만큼이나 중요한 오퍼레이션 파트너

소위 돈으로 안 되는 게 어디 있겠나 싶겠느냐마는, 적어도 해외 시장은 자본만으로 공략할 수 없다. 그건 우리나라에서 제일가는 식품 대기업 CJ 제일제당도 마찬가지였다. 해외는 우리나라와 많은 것들이 다르다. 노동법도 다르고 이것저것 허가 기준도 다르다. 아무리 현지의 니즈를 공부한다고 해도 현지인이 실제로 행하는 행동 패턴에 대해서는 쉽게 알 수 없다. 그러므로 해외 시장을 진출하기 위해서는 자본만큼이나 현지의 상황을 잘 조율하고 공유해줄 수 있는 오퍼레이터를 잘 찾는 것 중요하다.


지금까지 노희영 대표와 함께 비비고 브랜딩과 해외 진출 비하인드에 이야기를 나눴다. 그렇다면 과연 비비고와 같은 브랜드를 만들기 어떠한 자세로 결과물을 쌓아 나가야 할까? 다음 화에서는 한식의 글로벌 진출을 위한 브랜딩 전략에 대해 다뤄 보려 한다.

다음화에서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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