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성과 창의성의 경계
- 게시판명
- NANRO INSIGHT
- 날짜
- 2024년 4월 29-30일
- 장소
- 리움 미술관
2024 Nanro Insight <미식의 미래: 한식(HANSIK)을 말하다>: SPECIAL
SPECIAL 섹션에서는 World's 50 best restaurant 2023과 2024에서 각각 1위를 수상한 Central과 Disfrutar의 셰프들과 함께 했다. 이 두 곳의 레스토랑은 뚜렷한 정체성과 창의성을 잘 담아낸 곳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들의 경험과 사례를 통해 앞으로 한식은 어떠한 정체성과 창의성을, 어떻게 창출하고 구현해 나가야 할지 고민하는 시간을 가져봤다.
컨셉, 기술, 그리고 창의성
▶ Disfrutar 오리올 카스트로 셰프
“전통을 계승하는 일은 매우 중요합니다. 우리는 전통을 즐기는 것에서 나아가 전통에 담긴 문화와 철학을 다음 세대로 발전시키며 이어가야 합니다. 그러면서 동시에 단순히 배를 채우도록 돕는 음식이 아닌, 컨셉, 기술, 철학, 역사, 창의성 등으로 영혼을 채울 수 있는 음식을 만들어 가야 합니다.”
창의성: 기술, 컨셉 그리고 전통의 연결
Disfrutar 레스토랑은 요리의 창의성과 감정적 연결을 중시한다. 요리에는 철학과 감정이 담겨 있으며, 손님들이 요리를 통해 영혼을 채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면서 창의성은 기술을 습득하는 과정이나 컨셉을 수용하는 과정, 그리고 전통을 재해석하는 과정 속에서 창출될 수 있다며 강연을 이어갔다.
Disfrutar 오리올 카스트로 셰프:
"우리 레스토랑의 손님들은 요리를 통해서 영혼을 채우는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음식을 먹으면서요. 요리사들은 요리를 할 때 그 안에 철학을 담습니다. 화가가 그림에, 예술가가 작품에 철학과 이야기를 담는 것처럼요.
우리는 스스로 창의적인 식당이라 규정하며 최신 기술과 컨셉을 수용하고 있습니다. 또한 전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창의성을 재현하고 있기도 합니다.”
Counter current: 거슬러 흐르다
▶ MATER 말레나 마르티네즈
“'모르는 것’을 가치 있게 할 순 없습니다. 저희는 저희가 만드는 페루 음식이라는 것에 정체성과 가치를 담아내기 위해 페루의 다양한 식재료와 언어, 부족, 문화를 공부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페루의 모든 것을 하나의 음식으로 가치 있게 표현하고 있으며 음식을 통해 페루의 생태계를 손님들과 향유하고 있습니다. 이는 우리의 음식은 물론 페루의 생태계를 지키기 위한 노력입니다.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사라지기 마련이니까요.”
전통과 생태계 그리고 혁신의 만남
Central의 연구 센터인 Mater 연구소는 페루의 다양한 생태계와 문화적 배경을 담은 요리를 통해 손님들이 자연과 문화를 경험하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전통적인 지식과 재료를 현대 요리에 통합하고, 지속적인 학습과 연구를 통해 요리와 식문화의 혁신을 추구하고 있다.
MATER 말레나 마르티네즈:
"우리는 요리를 단순히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과정으로 보지 않습니다. 대신, 요리를 통해 우리의 환경과 문화, 그리고 사람들을 연결하는 수단으로 보고 있습니다. 페루는 세계에서 가장 다양한 생태계 중 하나를 자랑하며, 각 지역마다 독특한 재료와 문화적 배경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안데스 고산지대에서 자라는 다양한 종류의 감자나, 아마존의 열대 우림에서 발견되는 희귀한 과일들이 그 예입니다.
단순히 재료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재료가 자라온 환경과 그 재료가 지니고 있는 이야기를 담아내고자 합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사용하는 각종 허브와 식물들은 그 지역의 전통 약초학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이를 통해 우리 레스토랑을 방문하는 손님들은 단순히 음식을 맛보는 것을 넘어, 페루의 자연과 문화를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우리의 목표는 손님들이 한 접시의 음식을 통해 페루의 정체성을 느끼고, 이 나라의 풍부한 유산을 이해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의 여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요리와 식문화의 진정한 혁신을 위해서는 지속적인 학습과 연구가 필요합니다. 페루의 많은 지역에서 전통적인 지식이 사라져가고 있으며, 이는 요리뿐만 아니라 문화와 환경에도 큰 영향을 미칩니다. 우리가 직면한 가장 큰 격차 중 하나는 바로 이 지식의 부족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현지 주민들과 협력하여 그들의 지식과 경험을 기록하고, 이를 현대 요리에 통합하려고 노력합니다. 이는 단순히 잃어버린 지식을 복원하는 것을 넘어, 우리의 요리에 깊이와 의미를 더하는 과정입니다."
기후 변화와 지속 가능한 페루 식문화
또한 MATER 연구소는 기후 변화가 식재료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여 지속 가능한 식문화를 계승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MATER 말레나 마르티네즈:
“우리는 또한 기후 변화와 그에 따른 재료의 변화에 대해서도 많은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이는 지속 가능한 농업과 식재료 사용 방식을 개발하는 데 매우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특정 재료가 기후 변화로 인해 더 이상 자라지 못하게 될 때를 대비하여 대체 가능한 재료를 찾거나, 기후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농업 방식을 연구합니다.
레스토랑에서는 이러한 연구의 결과물을 바탕으로, 각 지역의 고유한 재료와 문화를 소개하는 테이스팅 메뉴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방문객들은 한 끼 식사를 통해 페루의 다양한 생태계와 문화를 체험하고,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리의 철학을 이해하게 됩니다. 우리의 목표는 단순히 맛있는 음식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음식을 통해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들어 나가는 것입니다."
Curating the past: 과거를 큐레이팅하다
▶ CENTRAL 비르힐리오 마르티네즈
“우리는 페루의 생태계를 공부하며 페루만의 아름다움을 접시 위로 끌어내고자 노력합니다. 고객들이 여기까지 오길 잘했다고 생각이 들도록 말이죠. 만족스러운 경험 뒤엔 공유가 생깁니다. 집으로 돌아가 먹었던 음식을 재현해 볼 수 있고 감상평이나 사진을 SNS에 올릴 수도 있죠. 때문에 저희의 요리는 아주 지역적으로 시작해 세계 지향적으로 끝난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페루 식문화 생태계
페루는 태평양과 안데스산맥, 아마존 사이에 위치해 다양한 생태계를 갖고 있다. 센트랄은 이런 특징을 가진 페루의 생태계를 반영한 메뉴를 개발하고 있으며, 음식을 넘어 페루의 자연과 문화를 전 세계에 알리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CENTRAL 비르힐리오 마르티네즈:
“페루의 드넓은 생태계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아마존입니다. 아마존의 열매들과 식물들, 다시 말해 식재료들은 현재에도 끊임없이 새롭게 발견되고 있습니다. CENTRAL은 아마존을 포함한 페루의 생태계를 계속해서 연구해가며 우리의 요리에 반영하여 접시 위에 페루의 생태계를 담아내고 있습니다. 우리가 이렇게 요리에 접근하는 이유는 단순히 재료를 사용하여 요리를 만드는 것을 넘어, 재료가 자란 환경과 그 문화를 존중하고 보존하는 데 큰 의미가 있습니다.”
파인 다이닝의 역할
현재 파인 다이닝은 고급 요리를 넘어 고객들에게 독특한 경험을 제공하는 것으로 발전했다. 특히 센트랄은 현지 식재료를 활용한 지속 가능한 메뉴를 개발하고 있으며 페루의 파인 다이닝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CENTRAL 비르힐리오 마르티네즈:
“페루는 고도가 정말 다양해요. 고도에 따라 생산되는 식재료도 모두 다르게 때문에 재료도 정말 다양합니다. 저희는 이런 페루 생태계의 특징을 ‘Mundo en desnivel’라는 컨셉으로 소개해 드리고 있어요. 각각의 고도를 상징하는 식재료를 음식을 만들어 손님들에게 제공하고, 그렇게 손님들은 페루의 바다에서부터 높은 고도로까지 올라가는 듯한 체험을 하게 됩니다. 이는 페루의 다양한 지리적 특징과 생태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며, 페루의 파인 다이닝에서만 느낄 수 있는 경험일 겁니다. 기억에 남을 저희들만의 차별성이기도 하고요.”
이렇게 리움 미술관에서 1박 2일 동안 진행했던 ‘2024 Nanro Insight <미식의 미래: 한식(HANSIK)을 말하다’가 수많은 해답 그리고 또다시 수많은 질문을 남기며 끝이 났다. 한식을 정의하고 온전히 이해하기에는 분명 부족한 시간이었다. 하지만 이번 자리를 통해 한식으로 이어진 우리들의 연결고리가 더욱 견고해지고, 이 연결을 발판 삼아 함께 지속 가능한 한식 생태계를 만들어 나갈 수 있기를 희망한다.